그리고 그려 그리고 픈
by 연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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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거리는 청춘의 한자락
Elena Bricco-Aurora (acrilic on wood,122X60cm,2006)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by 연분홍 | 2008/10/09 21:54 | 나를 찾는 여행 | 트랙백 | 덧글(16)
당신의 수상한 정체


그러니까 내가 이곳에 이사한 게 4월 초라네.
그러니까 지금이 8월 끝물이니 벌써 5개월째인 게지.

그런데 말야. 나는 아직도 내가 이 집 주인인지를 모르겠어.
아직도 말야. 이 집엔 전에 살던 사람의 흔적이 너무 강해.
뭐냐면 말야. 이사한 후로 지금까지 전주인에게로 우편물이 와.
게다가 말야. 그 우편물은 법원 경찰청에서만 오는 거더라 말야.
보통은 말야. 전주인 이사갔다. 그런 사람 모른다. 대꾸해주지.
그런데 말야. 알았다고 하고 자꾸 찾으니 문제야. 그래서 씹지.
오늘은 말야. 누군가 밖에서 문을 차고 문고리를 돌리고 그러대.
게다가 말야. 우편함을 죄 뒤져놨더라고. 대체 이게 뭔일이냐고.

지금까지는 다소 불편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민폐야.
열이 확 오르는데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
이 집 전주인은 혹시 범죄자? 헉!!!!!!!!!!!!!!! -_- 끔찍하군.

정말이지, 김병대씨 당신 정체가 뭡니까.
이사를 갔으면 뒤처리를 확실히 하고 가야 옳은 거 아니오!
나도 이제 제발 맘편히 좀 삽시다. 이건 뭐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


by 연분홍 | 2008/08/26 02:55 | 서울 하늘 아래 | 트랙백 | 덧글(2)
긴 공백 짧은 인사

그닥 웃을 일도
그닥 슬플 일도
그닥 성낼 일도
없었던

무미건조하고
시금털털한 일상

그 안에서 여름도 가고
그 안에서 시간도 가고
그 안에서 청춘도 간다

살갗에 와 닿는 서늘함
가을보다 먼저 온 바람

안녕 여름아
안녕 가을아
언제나 안녕


by 연분홍 | 2008/08/19 00:32 | 서울 하늘 아래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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